7년 전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500m도 힘들었거든요. 숨이 턱 막히고, 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거웠어요. 그때 유튜브를 뒤지다 처음 들은 말이 “분당 180보”였어요. 마치 마법의 수치처럼 여기저기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메트로놈 앱 켜놓고 억지로 발을 빨리 굴렀죠. 그런데 뭔가 어색하고, 오히려 종아리가 더 당기는 느낌이었어요. 나중에야 알았어요 — 케이던스 180은 모든 사람의 정답이 아니었다는 걸요.
케이던스 180,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요
잭 다니엘스의 1984년 올림픽 관찰
1984년 LA 올림픽에서 운동생리학자 잭 다니엘스(Jack Daniels)가 장거리 선수들을 관찰한 결과, 거의 모든 선수가 분당 180보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어요. 그가 관찰한 46명의 선수 중 180보 미만으로 달린 선수는 단 1명(176보)뿐이었죠. 이 관찰이 그의 저서에 소개되면서 “180보”는 러닝계의 공식처럼 굳어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돼요. 그 선수들은 경기 속도로 달리는 엘리트 선수들이었어요. 케이던스는 속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올라가거든요. 엘리트 선수의 편안한 훈련 페이스가 이미 일반 러너의 레이스 페이스보다 빠르기 때문에, 같은 케이던스로 비교하는 건 무리예요.
숫자가 잘못 해석된 방식
진실은 이래요 — 180보는 보편적인 목표가 아니에요. 레이스 페이스로 달리는 엘리트 선수들의 통계적 관찰값이었는데, 이걸 시속 6~7분 페이스로 조깅하는 일반 러너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건 주말 골퍼에게 타이거 우즈의 스윙 속도로 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아요.
케이던스는 속도·보폭과 수학적으로 연결돼 있어요(속도 = 케이던스 × 보폭 길이). 그래서 달리는 속도와 분리해서 케이던스만 따로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속도가 빠를수록 케이던스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거예요.

키와 다리 길이가 케이던스를 결정한다
신장이 케이던스에 미치는 영향
최적 케이던스는 주로 키와 다리 길이에 따라 달라져요. 키가 큰 사람은 보폭이 길고 케이던스가 낮아요. 키가 작은 사람은 걸음이 짧고 케이던스가 높죠. 둘 다 효율적일 수 있어요.
신장의 영향은 수치로도 확인돼요. 보행 연구에 따르면 다리 길이가 5cm 늘어날수록 선호 케이던스가 약 4보 낮아진다고 해요. 실제로 185cm 이상의 키 큰 러너는 168~178spm 범위에서, 165cm 이하의 키 작은 러너는 178~190spm 범위에서 효율적으로 달리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연구들을 보면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도 케이던스는 페이스·거리·신체 특성에 따라 160보에서 200보 이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나요. 190cm 러너와 165cm 러너는 같은 페이스로 달려도 최적 케이던스가 달라요.
속도가 달라지면 케이던스도 달라진다
속도 변화와 케이던스의 관계도 연구로 확인돼 있어요. 달리는 속도가 초당 1m 빨라질수록 케이던스는 분당 약 6보 올라간다고 해요. 그래서 레이스 페이스에서 180보 이상을 기록하는 엘리트 선수도 편안한 훈련 런에서는 165보 정도로 달리는 거예요.
저도 쿠웨이트에서 새벽 인터벌을 뛸 때랑 천천히 존2 페이스로 달릴 때를 가민으로 비교해봤더니 케이던스 차이가 10~12보 났어요. 같은 사람인데 속도만 달랐을 뿐이에요. “항상 180보”라는 룰은 처음부터 맞지 않는 기준이었던 거죠.

무리하게 케이던스를 올리면 생기는 역효과
에너지 소모가 오히려 늘어난다
잘 훈련된 러너라면 이미 자신의 자연적인 케이던스가 대사적으로 최적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요. 몸이 좋은 최적화 장치이기 때문이죠. 케이던스를 자연 속도보다 훨씬 높이 강제하면 오히려 경제성이 나빠질 수 있어요 — 걸음 수가 늘면 분당 근육 사용량이 늘고, 결국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게 돼요.
대부분의 연구는 선호 케이던스보다 5~10% 높이거나 낮추는 소폭 변화를 다루고 있어요. 10% 이상의 큰 변화는 러닝 에너지 비용 증가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에요.
종아리·아킬레스건 부담이 증가한다
케이던스를 너무 높이면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에 부담을 줄 수 있어요. 변화 후 2~3주 동안 몸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해요. 저도 처음에 메트로놈을 170→185보로 한 번에 올렸다가 아킬레스건이 뻣뻣해지는 경험을 했거든요. 지금은 절대 급하게 올리지 않아요.
연구에 따르면 케이던스가 높아지면 무릎·고관절 부하는 줄지만, 발목과 종아리에 가해지는 부담은 약간 증가한다는 것도 확인됐어요. 무릎 부담을 줄이려고 케이던스를 올리다 발목을 다치는 트레이드오프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착지 자세 체크리스트와 함께 병행하는 게 훨씬 안전해요.

중년 러너를 위한 5~10% 점진 조정법
왜 조금만 올려도 관절이 달라지나
케이던스 조정이 아예 의미 없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적절한 조정은 관절 보호에 효과적이에요.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 2011케이던스를 5~10% 올리면 수직 지면반력, 고관절 내전각, 제동력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케이던스를 10% 높였을 때 무릎 에너지 흡수량이 34% 줄었다.원문→
케이던스를 높이면 슬개대퇴관절에 가해지는 힘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어요. 무릎 앞쪽이 자주 아픈 중년 러너라면 케이던스 조정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무릎 안 아프게 달리는 법에서도 이 부분을 함께 다뤘어요.
실전 조정법 — 한 달에 5% 이내로
그렇다면 어떻게 올리면 될까요? 핵심은 천천히, 조금씩이에요.
효과가 입증된 방법은 주당 5~10% 점진적 증가예요. 메트로놈 앱이나 특정 비트의 음악을 활용해 쉬운 달리기에서 케이던스를 맞추는 훈련을 하고, 오르막이나 템포 런에서 자연스럽게 케이던스가 올라가는 것을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변화는 월 2~3보 수준으로 매우 조금씩 올리고, 변화는 편안한 페이스의 달리기에서 메트로놈 앱을 이용해 적용해요. 제가 직접 써보니 주 2~3회 쉬운 런 중에만 메트로놈을 켜고, 나머지 달리기는 자연 케이던스를 유지하는 방식이 가장 지속하기 좋았어요.
12주 케이던스 재훈련 연구에서는 케이던스가 5.7% 증가했고, 이것만으로도 충격 피크와 수직 평균 부하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어요. 20보씩 억지로 올릴 필요 없이, 5~6보의 작은 변화로도 관절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거예요.
중년 러너일수록 조급하게 숫자를 쫓기보다, 내 몸에 맞는 케이던스를 서서히 찾아가는 과정이 진짜 훈련이에요. 7년 달리면서 배운 가장 확실한 교훈이에요.
